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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k Column 아름다운 전인지


지난 주말 프랑스 에비앙으로부터 늦더위를 말끔히 날려 보내는 낭보가 전해졌다.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덤보’전인지가 21언더파 263타로 우승 트로피에 입을맞추는 경사가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4위를 한 중국의 펑산산을 제외하고 공동 2위를 차지한 신예 박성현과 유소연 그리고 김세영이 5위, 김인경이 6위를 하면서 한국 낭자들이 리더보드를 가득 채웠다. 이는 메이저 대회 최초로 우승과 공동 준우승으로 상을 휩쓰는 진기록을 만들어 냈다.

에비앙 대회의 또 다른 수확은 공동 2위를 한 신예 박성현이 아닐까싶다. 가녀린 몸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로 무장한 시원시원한 플레이로 처녀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공동 3위를 차지하며 LPGA에서 주목받는 선수가 되었다. 특히 에비앙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LPGA 관계자들은 물론 미국의 골프팬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게 되었다. 계속되는 비를 맞으며 3시간 동안 전인지가 만든 드라마에서 세운 21언더파는 남녀 골프를 통틀어 메이저 대회 역대 최다 언더파로 골프역사를 새롭게 쓴 신기록이다. 동시에 전 세계 4개 메이저대회 투어 제패라는 전대미문의 업적을 남긴 날이기도 했다. 전인지는 LPGA투어 US여자오픈을 시작으로 한국여자오픈(KLPGA),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일본여자프로골프 투어 살롱파스컵 등에서 4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메이저 퀸’이라는 닉네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우승이 더욱 값진 이유는 나흘 연속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와이어(Wire to wire)로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전인지는 올 시즌 첫 승을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장식하면서 신인왕을 예약하게 됐다. 매스컴 역시 전인지의 우승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CNN 방송은 “22살인 전인지가 무결점의 플레이로 이룬 21언더파는 PGA 투어에서도 없었던 기록이다. PGA 투어 메이저 최대 언더파인 20언더는 호주의 제이슨 데이 선수가 지난해 PGA챔피언십과 올해 디오픈에서 스웨덴 선수 헨리크 스텐손이 세운 기록”이라고 언급하면서“전인지가 대업적을 세웠다”고 극찬했다. 이들의 보도가 과장이라고만 할 수 없는 이유가 불과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두 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렸기 때문에 앞으로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제2의 박세리, 박인비로 성장하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전인지의 경기를 지켜보면 답답함이 없이 유유히 흐르는 물과 같이 여유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녀의 정교한 샷과 퍼팅은 보는 이에게 믿음을 갖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경기를 마친 후 우승 소감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선수의 인터뷰 내용을 들어보면 대개 경기내용과 가족과 코치, 캐디에게 고맙다는 인사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전인지는 달랐다. 그린을 관리하는 사람들도 언급했다. 자기가 우승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잔디를 잘 관리해 주어 경기를 잘 치를 수가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경기 도중에 박성현 선수가 어렵게 버디를 성공시키자 손뼉을 치면서 응원을 해주는 모습이 보기에 아름다웠다. 피 말리는 경쟁을 하는 프로 세계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운동을 잘하는 선수는 많다. 그러나 실력과 훌륭한 인성을 함께 갖춘 선수는 드물다. 이런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은 두 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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