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의 노래 제1화 트리트먼트 #8
<지난 4월호에 이어서>
지친 몰골로 돌아온 성민에게 오브리 마스터는 노가다는 아무나 하는 줄 아냐며 놀려대고 평소 성민을 짝사랑하는 업소 호스티스 미향(21세/여)은 연신 줄 담배를 피우고 껌을 씹으며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학교도 빼먹고 비 맞고 다니냐며 마치 성민의 마누라처럼 잔소리를 늘어 놓는다. 그리고는 기타 살 돈을 빌려줄 테니 씻고 들어가 쉬라며 위로의 말을 하지만 성민은 오늘 자신이 겪은 일들이 평소 어깨를 짓누르는 일상처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한편, 성민의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혜린은 성민의 기타를 자기가 부셔 먹었다는 이유로 새 기타 살 돈을 준비해서 피닉스 연습실로 찾아가지만 피닉스 멤버들로부터 성민이 노가다 갔다는 말에 마음이 짠하여 이 참에 기타를 사러 낙원동 악기점으로 발길을 옮긴다.
혜린의 이런 마음을 알리 없는 성민은 급한 대로 마스터 형님에게 혜린의 금장 만년필을 맡기고 돈을 빌려 미리 찍어 놓은 기타가 있는 단골 악기점으로 간다. 거기서 새 기타를 사 들고 나오는 혜린을 만난다.
조금은 쑥스럽고 계면쩍은 두 사람은 낙원상가 근처 ‘엄마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기타를 주고 받는다.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성민이 혜린에게,
“여기 엄마 식당이 옛날 전설의 기타리스트가 무명 때 밥을 먹던 곳”
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먼 훗날 음악 하는 후배들이 여기가 기타리스트 나성민이 밥 먹던 곳이라고 자랑할지도 모른다”
는 소리를 늘어 놓자 혜린이,
“그렇게 되길 기대할게”라고 화답한다.
만년필을 찾으러 가는 동안 혜린은 성민이 종로 뒷골목 나이트클럽에서 기타 연주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클럽 업소 주위를 살피는데, 유난히 화장을 짙게 한 여자들과 술 취한 남자들이 수도 없이 휘청거리며 들락거리고 골목길 담벼락에 오줌을 갈기는 장면도 목격한다.
한편, 업소 호스티스 미향은 성민과 함께 나타난 혜린을 몹시 질투하고 경계하는 눈으로 훔쳐 보며 심란하고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맡겨 놓은 만년필을 다시 찾으러 온 성민에 대해서 불만을 쏟아 내는 오브리 마스터에게 혜린 때문에 생긴 성민에 대한 섭섭함을 마스터에게 화풀이 한다.
만년필을 돌려 받은 혜린은 성민에게 아빠의 유품을 찾아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자세히 자꾸 보니 성민의 목소리와 얼굴이 혜린의 아빠와 많이 닮았다는 사실을 얘기 한다. 성민이 머리를 긁적이고 쑥스러워 하며 ‘나비의 꿈’ 가사를 써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성민은 피닉스 연습실에 언제든지 놀러 오라며 기타를 가르쳐 주겠다는 말을 한다.
다시 연습장에 모인 피닉스 멤버들과 성민이 새로 산 기타를 자랑하며 대학 가요제 출전곡 ‘나비의 꿈’을 연습 하는데 늦게 온 보컬 후배가 갑자기 군대 가게 됐다는 말을 하자 가을에 곧 닥쳐올 대학 가요제 걱정을 하며 군대 가는 보컬 후배 환송회를 위해 학교 앞 ‘대머리 순대국집’으로 멤버들과 몰려 가는데...
학교 정문 앞. 귀공자처럼 잘 생긴 남학생(조준규/23세)과 오누이처럼 팔짱을 끼고 환하게 웃으며 담소하는 혜린의 모습을 성민이 목격한다. 잠시 후 두 사람 앞으로 벤츠 승용차 한 대가 멈추고 차문이 열리자 이미 타고 있는 혜린 모와 준규 부친 한국대학교 재단 이사장과 인사를 나누며 함께 타고 떠난다.
만취한 성민이 비틀거리며 종로 뒷골목을 ‘나비의 꿈’을 악을 쓰듯 질러 대며 걷고 있다.
“나 이제 날아 갈래, 더 넓은 세상으로 산 넘고 물을 건너 내 꿈이 살아 있는 곳 가슴에는 희망을 안고서 갈래”
그때 성민 앞에 불쑥 나타나는 혜린과 희경. 성민이 눈을 크게 껌뻑이며,
“이게... 누구... 야? 딸꾹!”
“오빠! 우리 좀 며칠만 재워줘!”
강경대 집회 관련 유인물 사건으로 지명 수배중인 혜린의 같은 과 절친 희경을 숨길 데가 없는 혜린이 성민에게 며칠만 재워 줄 것을 부탁 한다. 처음 본 희경과 성민의 동거가 비좁은 옥탑 방에서 혜린을 사이에 두고 그렇게 시작된다.
첫날 저녁부터 라면을 서너 개 폭풍 흡입하는 희경. 반주로 소주까지 두 세 병 퍼 마시고 곧 바로 누워 코를 드르렁 골며 잔다. 희경과는 달리 성민이 업소에서 돌아 올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던 혜린은 벽에 붙어 있는 색이 바랜 성민의 어린 시절 까까머리 소년의 바닷가 사진을 유심히 보며 궁금해 하는데 그 사진 속 주인공이 성민이고 그의 고향이 강원도 주문진 이라는 사실을 새벽녘에 들어온 성민으로부터 듣게 된다.
“아까는 왜 그렇게 많이 취했어?” 혜린의 질문에 “보컬이 군대를 가게 돼 대학 가요제 출전에 문제가 생겼다며 노래 해볼 생각은 없느냐?”는 말만 돌아온다.
“기타는 언제부터 친 거야?” 혜린의 질문에
“대학 두 번 떨어지고 군대 가서... 너 노래 잘 한다며?... 자는 거야?”
혜린은 한참 만에 “생각해 볼게”하고는 잠이 든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