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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안젤라의 노래 3

<전편에 이어서>

“은우?? 본조르노! 꼬메스 따이!”

은우에게 뽀뽀하는 안젤라. 어색하게 화답하는 은우.

“안젤라! 에...벰베...누티에 서울! 나우 해브 노 타임! 렛츠 고 오디션 센타!”

카트를 받아 끌며 앞장 서는 은우.

청년의 시절은 누구에게나 뜨겁다. 뜨거운 만큼 그림자 또한 깊고 짙다고 했나?

여기 그런 청춘의 빛을 문신처럼 가슴에 새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80년대 와 90년대 사이. 군사 독재 권력과 민주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운명처럼 마주선 두 사람. 그들은 뜨거운 사랑으로 청춘의 열정을 확인 했고 가슴 찢기는 이별로 청춘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23년이 흘렀다. 누군가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애쓰던 시간이 흘러갔다.

1992년 미국 유학을 가 23년 만에 돌아오는 강혜린(46/여)은 미국에서 온라인 유통기업 <나비교역>을 창업하여 성공한 CEO. 모친의 부고를 받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급히 돌아오는 고국이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는 아직도 지울 수 없는 문신처럼 파란 멍 자국이 남아 있는 젊은 날의 상처가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에 오늘 따라 짙은 회한이 배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마중 나온 서울 법인 조 아라 실장을 보자 마음이 급한지 서둘러 빠른 걸음으로 뛰어 나오다가 기타를 메고 카트를 끌며 앞에서 어기적거리는 노랑머리 젊은 여자 아이와 부딪히는 작은 접촉 사고가 벌어진다.

젊은 여자로 부터 한국 사람은 매너가 없다는 욕설을 듣고 기분은 똥 씹은 것처럼 썩 좋진 않지만 그 보다는 알 수 없는 이태리 말을 허공에 쏟아 내고 눈앞에서 멀어지던 앳되고 앙증맞은 여자 애가 이유 없이 애처로워 보이는 건 무슨 이유일까?

조실장이 운전하는 승용차 뒷자리에 깊숙이 앉아 교각이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공항 대교를 지나며 차창 너머로 펼쳐진 서해 바다의 갯벌을 바라보며 23년 전 김포 공항을 떠날 때의 장면을 떠올려 보기도 하지만 운전하는 조실장을 보자 그것도 잠시, 냉정한 비즈니스 경영자 마인드로 금방 돌아오는 그녀다.

“사업 설명회 준비는?”

“장례식 끝나는 대로 진행 예정입니다.”

“업무상 걸림돌은?”

“몇 가지 품목이 수입 규제에 걸려 있습니다.”

“규제 부서는?”

“외교 통상부입니다.”

외교 통상부라는 조실장의 말에 몇 년 전 의원 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한국대 동문이고 선배인 한동만 의원 얼굴이 떠오르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는 혜린이다.

그때 사이렌 소리를 내며 과속으로 자신의 차를 추월하는 견인차가 보이고 견인차가 끌고 가는 낡은 봉고차가 스쳐간다. <게스트하우스 아리랑> 붙어 있다.

모친의 장례식장에 참석한 혜린은 소식을 듣고 문상 온 24년전 대학시절 함께 노래 했던 록 그룹 피닉스 멤버들과 만나게 되고, 또 한 집안이 서로 가까운 사이라서 오누이처럼 지냈던 한국대 이사장 아들 조준규 병원장과 국문과 동기이고 절친인 NBC 방송국 예능국장 민 희경과도 오랜만에 해후를 하게 되어 반가웠지만 그보다는 피닉스 드럼이었던 이재영으로 부터 23년전 혜린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현듯 헤어졌고 찾으려고 수없이 수소문 했으나 지금까지 찾지 못한 첫 사랑의 주인공 나 성민(51.남)의 소식을 듣게 된 것이 이번 방문의 큰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NBC 방송국 오디션 예선장. K-Pop 유명곡 연주를 막 끝낸 안젤라와 은우가 서서 심사평을 듣고 있다.


“시차 적응 힘들지요?”

“많이 힘뜹니다.”

“안젤라! 두 사람 연습은 어떻게 했나요?”

“온라인으로...” 놀라는 심사 위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젤라의 호소력 음감 다 좋았어요. 이태리엔 언제 갔나요?”

“이딸리아 깐거 내 마음 아닙니다.”

“아! 그래요? 그래서 부모 찾으러 왔군요?”

“그꺼 아니고 께이 팝 쪼아서 와씀니다.”

“합격 드릴게요”

펄쩍 뛰며 신나는 두 사람. 잠시 후, 안젤라 등을 두드리며 복도를 걸어 나오는 은우. 큰 소리로 전화를 하고 있다.


“엄마! 오디션 일차 먹었어!”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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