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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의 노래 제1화 트리트먼트 #7


<지난 3월호에 이어서>

그러자 서로 마주 보며 움찔하는 사내들에게 성민이 굽실거리며.

“많이 취했거든요. 제 정신이 아닙니다” 하자 혜린이 더 큰 소리로

“우리 세금으로 먹고 사는 똥파리들한테 오빠가 뭣 때문에 죄도 없이 굽실대는 거야? 오빠 바보야? 머저리야?”

두 사내들을 향해 우욱-하며 토사물을 뿜어대는 혜린.

허공을 가르는 토사물 파편들. 반사적으로 피하는 사내들. 옷에 묻은 토사물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재수 없다는 듯이 툴툴거리며 슬그머니 사라지는 두 사내.

구부리고 욱-욱- 대며 토하는 혜린의 등을 성민이 두드리다가 보면, 다가와 서는 택시. 택시 문을 열고 안으로 혜린을 성민이 구겨 넣으려 하자 성민의 팔을 잡고 늘어지는 혜린. 실랑이가 계속 되자,

“내리든지 타든지 하쇼”
짜증을 내는 택시 기사. 이때 혜린의

“타!” 소리와 함께 택시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성민. 급 출발하는 택시.

낡은 드럼 세트와 낡은 철제 캐비닛과 옷걸이가 전부인 피닉스 지하 연습실. 흐릿한 형광등 하나가 수명을 다 한 듯 천정에서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파르르 떨고 있고 썰렁한 벽에 낡은 공연 포스터와 거칠고 일그러진 노동자의 민중그림이 낯선 이방인처럼 걸려 있다. 혜린이 성민에게

“오빠!! 술 없어?”

성민이 마지못해 캐비닛에 있는 먹다 남은 양주병을 꺼내 준다. 혜린이 양주병을 보며,

“이제 보니 딴따라들 부르주아네?”

병 채로 꿀꺽-마시더니 혜린이 얼굴 찡그리며

“아유! 맛이 왜 이래?” 하자 성민이,

“이것 저것 섞은 거라서” 하자 혜린이,

“그래? 뭐 그런대로 개성 있네”

하고는 꿀꺽- 꿀꺽- 마시더니. 혜린이 갑자기 성민에게 뜬금없이,

“나 노래 잘 하는데…” 한다.
성민이 반가운 얼굴로


“정말?” 하며 반응을 보이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큰 소리로 노래하는 혜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성민이 혜린의 입을 손으로 틀어 막으며 말리는데 기어이 하겠다고 우기다가 그대로 푹-쓰러져 잠이 드는 혜린이다.

새벽의 음영이 채 가시지 않은 작은 천정 창문 사이로 희미한 빛이 스며들 무렵 요란하게 골아 대는 성민의 코고는 소리에 눈을 뜨는 혜린.

머리가 아픈 듯 머리를 누르고 찡그리며 부스스 일어난다. 혜린의 바로 옆에서 웅크리고 자고 있는 성민의 모습을 보며 화들짝 놀라는 혜린.

“미쳤어!”

사태를 파악한 혜린이 주위를 살피자 성민이 펼쳐 놓은 오선지 노트가 눈에 들어온다. 노트 위에 ‘나비의 꿈’ 제목이 선명하다. 가방에서 금장 만년필을 꺼내 이리 저리 궁리를 하더니 입 속으로 서너 번 되 뇌이다가 오선지 악보 밑에 글을 쓰는 혜린. 사각 사각 이어 지는 만년필 소리.

그리고 성민의 자는 얼굴을 유심히 보며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하며 지갑에서 사진을 꺼내 성민의 얼굴과 사진 속 아빠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얼굴도 목소리도 많이 닮았다는 혼잣말을 하며 만년필을 노트 위에 가지런히 놓고 머리와 옷 매무새를 고치며 일어나 나간다.

드르렁 드르렁 실내를 진동하는 코고는 소리. 보면, 웅크리고 자다가 부스스 눈을 뜨는 성민. 사방을 두리번거려 보지만 혜린은 없다. 어깨에 통증이 오는지 끄-응 신음 소리를 내는 성민. 그러다 혜린이 먹다 남긴 양주병을 집어 들고 벌컥 벌컥 비운다.

성민의 시선은 책상 위에 번쩍이는 무언가로 옮겨지고. 보면, 오선지 노트 위에 가지런히 놓인 금장 만년필. 보면, ‘국문과 강 혜린’ 쓰여 있다. 작곡 노트에 빼곡하게 적혀 있는 노랫말 가사들. 악보를 보며 흥얼거려 보는 성민.

“나 이제 날아갈래 더 넓은 세상으로 산 넘고 물을 건너 내 꿈이 살아 있는 곳 가슴에는 희망을 안고서 갈래”

바닥에 그대로 누우며 그제야 배시시 웃는 성민.

연습실에 놓고 간 만년필을 혜린에게 돌려 주려고 성민이 국문과 강의실을 찾는다. 국문과 동기들에게 수소문 하지만 그녀는 없다. 혹시 혜린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는 성민의 걱정에 성민을 놀려 주려고 혜린의 국문과 동기 하나가

“혜린은 요시찰 인물이라 경찰서에 잡혀 갔을지도 모른다”

장난으로 던진 농담을 진담으로 듣고 걱정이 태산인 성민이다.

졸지에 기타가 없어 밤업소 오브리 알바도 못하는 신세가 돼 버린 성민은 기타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 강의도 빼 먹고 노가다 현장 잡부 일을 나간다. 그러나 건설 현장 십장이 무리하게 시키는 시멘트 포대의 중량을 이기지 못하여 시멘트 포대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하고 일당도 못 받고 비만 흠뻑 맞고 돌아 온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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